음양이 우주의 기본 설계도라면, 오행(五行)은 그 설계도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다섯 가지 재료입니다. 오행이란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 즉 나무, 불, 흙, 쇠, 물입니다. 이것을 단순히 다섯 가지 물질로 이해하면 오해입니다. 이것은 물질이 아니라 우주에 존재하는 다섯 가지 '에너지의 성질'이자 '운동의 방식'입니다.
각각을 살펴볼까요. 목(木), 나무의 기운은 위로 뻗어 오르고 새롭게 시작하는 에너지입니다. 봄에 새싹이 땅을 뚫고 나오는 그 생명력이 목의 기운입니다. 화(火), 불의 기운은 활활 타오르고 퍼져나가는 에너지입니다. 여름에 모든 것이 왕성하게 자라고 빛나는 것이 화의 기운입니다. 토(土), 흙의 기운은 중심을 잡고 모든 것을 조화시키는 에너지입니다. 계절과 계절 사이에서 변화를 매개하고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입니다. 금(金), 쇠의 기운은 결실을 맺고 정리하며 수렴하는 에너지입니다. 가을에 열매가 단단하게 익어가는 것이 금의 기운입니다. 수(水), 물의 기운은 저장하고 보존하며 다음을 준비하는 에너지입니다. 겨울에 생명이 씨앗 속에 잠들어 다음 봄을 기다리는 것이 수의 기운입니다.
이 다섯 가지 기운은 우주 어디에나 있습니다. 사계절이 오행으로 설명되고, 하루의 시간대도 오행으로 나뉘고, 방위도 오행으로 구분됩니다. 동쪽은 목, 남쪽은 화, 중앙은 토, 서쪽은 금, 북쪽은 수입니다.
놀라운 것은 우리 몸도 오행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한의학에서는 간담(肝膽)은 목, 심장소장(心腸)은 화, 비위(脾胃)는 토, 폐대장(肺大腸)은 금, 신장방광(腎臟膀胱)은 수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봄에는 간이 예민해지고, 여름에는 심장에 부담이 가고, 가을에는 폐가 약해지는 것입니다. 내 몸의 리듬이 우주의 계절 리듬과 맞닿아 있는 것이죠.
더 흥미로운 것은 감정도 오행과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목의 감정은 분노, 화의 감정은 기쁨, 토의 감정은 생각(사려), 금의 감정은 슬픔, 수의 감정은 두려움입니다. 봄에 이유 없이 짜증이 나거나, 가을에 묘하게 우울해지는 것이 바로 이 오행의 작용입니다. 한의사가 환자의 감정 상태를 물어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같은 오행의 기운 안에서 함께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증산도는 이 오행의 이치를 통해 인간이 우주에서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를 밝혀줍니다. 오행의 기운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존재는 오직 인간뿐입니다. 나무는 목의 기운이 강하고, 불꽃은 화의 기운이 강하지만, 오직 인간만이 다섯 가지 기운을 모두 품고 태어납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우주의 주인공이자 가장 존귀한 존재인 이유입니다.